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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현 칼럼 31] 할머니는 이번 여행을 잊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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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장협 작성일17-08-09 17:46 조회2,33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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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이번 여행을 잊지 않겠다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월평빌라' 이야기-30

 

 

 

여행을 보름 앞두고 할머니를 찾아뵈었습니다. 할머니 댁 간다는 말에 성윤(가명) 씨는 ‘마트 주세요.’하고, ‘할머니, 고기, 삼겹살’이라고 적었습니다. ‘마트에서 삼겹살 사서 할머니 댁에 가자’는 뜻으로 짐작합니다.

“아이고, 우리 윤이 왔나?”

할머니는 마당에서 손자를 맞았습니다. 마을 어귀에서 할머니 댁까지 가는 길은 성윤 씨가 안내했습니다. 성윤 씨는 종종 할머니 댁에 다녀옵니다. 하룻밤 자고 올 때도 있고요.

할머니 집에 올 때 맛있는 거 많이 사오라 하셨지만 정작 손자가 오니 손자 챙기느라 할머니 손이 더 분주합니다. 할머니에게 보여 드릴 동영상이 있는데…. 대청마루에 앉는 할머니를 기다렸다가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성윤 씨 모습을 보여드렸습니다.

“이게 우리 윤이가? 기계 돌리는가, 팔을 막 돌리고 그라네.”

일하는 가게는 어디고, 어떤 일을 몇 시부터 몇 시까지 하는지… 할머니는 영상을 보며 이것저것 물었습니다. 일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눈으로 보기는 처음입니다. 들을 때는 그러려니 했는데 눈으로 보니 더 궁금하고 대견했는지 할머니는 핸드폰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습니다.

성윤 씨가 고등학교 졸업하고(2013년 2월) 직장 구한다고 했을 때, 가족들은 ‘시설에서 그저 편안하게 지내기 바란다’고 했습니다. 할머니도 그랬습니다. 서툴러서 혼날까봐, 실수해서 피해 입힐까봐, 그래서 남에게 손가락질 당할까봐 그랬다고, 할머니가 나중에 말했습니다.

첫 번째 직장은 고등학교 내내 단골로 다니던 미용실이었습니다. 미용실 사장님이 성윤 씨 사정을 듣고 채용했습니다. 1년 7개월(2013년 12월~2015년 6월), 미용실 문 열기 전에 미용실 직원들과 청소하는 일을 했습니다.

할머니는 미용실에 들러 잘 부탁드린다고 인사했고, 손자가 하는 일을 들었습니다. 사장님이 있고 함께 일하는 동료가 있는, 시내 한가운데 번듯한 가게에서 손자가 일했습니다. 그때, 당신 손자도 남들처럼, 뉘 집 손자처럼 일할 수 있다는 걸 봤습니다.

미용실 사정으로 그만둔다고 하니, ‘시설에서 그저 편안하게 지내기 바란다’ 했던 할머니가 ‘어디 다른 데 알아봐야 할 텐데….’ 하고 걱정했습니다. 일 년 뒤, 지금 일하는 레스토랑 ‘요리하는남자: 요남자’(2016년 6월부터)에 취업했습니다.

레스토랑 사장님에게 여름휴가 신청했고, 휴가 때 할머니와 여행 가고 싶다고 했더니, 할머니가 크게 웃었습니다.

저녁은 마당에서 먹었습니다. 천막을 깔고 밥상을 차렸습니다. 성윤 씨가 준비한 삼겹살과 할머니 텃밭의 야채로 풍성했습니다. 블록 벽돌 위에 넓적한 돌을 얹고, 그 아래 장작을 피워 돌을 달궜습니다. 돌판 위에 삼겹살을 구웠습니다. 할머니는 프라이팬 대신 돌판을 냈습니다.

 

...

 

칼럼 원문보기  http://abnews.kr/1Fb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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