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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현 칼럼 35] 실수·실패할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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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장협 작성일17-11-07 09:18 조회1,06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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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실패할 권리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월평빌라' 이야기-34

 

 

 

시설 입주자는 실수(실패)할 권리가 있습니다.

배향미 씨가 라면 먹고 싶다 하니 한집 사는 강자경 아주머니가 끓여 주겠다며 나섰습니다. 면과 스프를 따로 놓고 물이 끓기를 기다렸습니다. 아주머니가 라면을 끓이겠다며 나서기까지 족히 1년 정도 걸렸습니다.

집집마다 싱크대와 전기렌지를 들이고 요리할 여건이 되자 아주머니가 밥을 했습니다. 밥을 곧잘 했고 밥은 쉬웠습니다. 라면은 달랐습니다. 아주머니는, 밥 짓는 물은 잘 맞추는데 라면 끓이는 물은 늘 넘쳤습니다.

직원이 여러 번 설명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물이 많아도 아주머니는 맛있다고 했습니다. 싱겁게 드신다고 여기며 더 이상 말하지 않았습니다. 잔소리하는 것 같아 멈췄습니다. 가끔 아주머니가 라면을 끓여도 냄비의 물은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물 조절로 실랑이하지 않으니 마음이 여유로웠고 아주머니를 더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아주머니가 끓인 라면을 우연히 봤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물이 적절했습니다. 어찌된 일이냐고 물었지만 아주머니는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그냥 끓였다고 했습니다.

짐작하기는 아주머니 혼자서 끓이며 조금씩 줄여간 것 같습니다. 직원이 옆에서 알려줄 때는 머뭇했지만, 혼자서 이렇게도 해 보고 저렇게도 해 보며 요령이 생긴 겁니다. 실패할 권리가 필요했던 겁니다.

“당신의 기대가 아이의 발달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만약 당신의 아이가 언젠가는 컵으로 물을 마시는 기술을 습득할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당신은 아이가 성공하기 전에 가능하면 보다 많은 기회를 줄 것이다.

반면에 당신이 그렇게 기대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그가 보내는 첫 번째 어려움의 신호에 도움을 준다거나 그가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도움을 주게 될 것이다. 그로 인해 그가 그 기술을 습득하지 못하게 될 것이 틀림없다.” <<뇌성마비 아동의 이해>>, 일레인 게라리스 지음, 시그마프레스, 192쪽.

기대한다면 더 많은 기회를 주라고 합니다. 어떤 기회요? 컵의 물을 쏟고 컵을 놓치고 심지어 컵을 깨뜨려 물을 엎지르는 기회, 자기 삶을 살 기회, 실패(실수)할 권리를 주라고 합니다. 

 

...

 

칼럼 원문보기 http://abnews.kr/1GV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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