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요섭
세종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10년 넘게 매주 1회씩 지적장애인 생활시설에서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자원봉사자다. 봉사 과정에서 장애인들이 생활시설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장애아동들을 잘 돌보지 않고 있지는 않은지 감시의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내가 다니는 시설은 100명이 정원이었다. 시설에서 지역사회에 작은 집들을 얻어 장애인을 이주시키고, 시설 내에는 개별적인 주거공간이 확보되어 있어 많은 장애인이 이곳에 입소하고 싶어 했다. 이런 걸 보면서 시설들에 대한 나의 부정적 시각도 조금씩 바뀌어 갔다. 그런데 ‘도가니’ 열풍과 대책에 대한 여러 가지 뉴스는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단순히 도가니 방지법 제정만으로 장애인 인권문제가 해결될까. 공익이사제도를 의무화해 이들이 매월 1~2번 시설을 방문해 운영에 참여한다고 해서 365일 24시간 돌아가는 시설의 인권을 온전히 지켜내기는 역부족이다.
우리나라 아동복지기관과 장애인기관이 왜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였는가. 우리 사회가 보고 싶지 않고 알고 싶지 않은 그들의 가슴 아픈 삶을, 보호라는 이름 아래 높은 담장 안으로 몰아버린 결과가 아닌가 싶다. 지금도 집값과 안전을 명목으로 내 주변이 아닌 눈에 띄지 않는 외곽으로 밀어내고 싶은 것이 장애인 시설에 대한 사회의 일반인식이 아닌가. 세상이 장애인을 따뜻하게 받아주지 않으니 그들이 세상과 동화될 수 없는 것이다. 장애인 문제의 발단도 우리이고 해결책도 우리 모두에게 있다는 얘기다.
시민운동의 하나로 자원봉사를 활성화해야 한다. 지역사회가 장애인들의 이웃이 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시설에서 시간과 재능을 기부하는 자원봉사를 하면서 동시에 감시자 역할을 하면 된다. 자원봉사자가 증가하면 시설은 자연히 개방돼 도가니 사건과 같은 내부 문제를 감출 수 없게 될 것이다.
시민들이 장애인들과 가깝게 사는 것, 그것만이 도가니의 해결책이다. 시설에 사는 장애인이 시설의 울타리를 넘어 지역사회 내에서 일반 시민으로 살아가도록 우리 모두가 도와주지 않으면 그들만의 리그는 계속될 것이다.
이요섭 세종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