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는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자기 삶’을 살고, 이용 장애인 개개인의 삶이 묻어나는 사람살이를 나누고자 ‘2018년 장애인거주시설 삶이 있는 이야기 공모전’을 진행했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이번 공모전은 장애인거주시설 이용장애인 일상 속의 여가, 취미, 학교, 직장, 자립생활 등 모든 이야기를 주제로 장애인 당사자, 시설 직원이 총 82편의 사연을 공모하였으며, 그중 8편이 수상했다. 에이블뉴스는 수상작을 연재한다. 다섯번 째는 장려상 ‘도전만이 나를 기다려줍니다’다.
대전 한마음의집 직원 정미숙
*이 사연은 정용성(가명)이용인의 삶을 토대로 작성하였습니다.
-눈떠보니 밤.
나는 분명히 10개월 동안 기대와 기다림의 존재였다. 기억에는 없지만 1966년 10월 15일은 세상의 축복을 받으며 환호와 함께 가족이 만들어진 나의 역사적인 날이 분명하다.
강원도 춘천에서 넉넉한 가정에서 날 누구보다 사랑해주는 부모님과 함께 밝은 미래만 나의 앞에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내가 매일 눈을 뜰때면 어머님은 항상 눈물을 흘리시는 듯 품에 꼭 안겨있는 내 볼에 따뜻한 물이 떨어졌고 다시 잠들고 일어나도 나의 세상은 매일 캄캄한 밤이었다. 그렇다, 선천성 시각장애인으로 매일을 밤인 세상에서 살아가야 하는 삶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슬픈 일은 한번에.
내가 태어나고 얼마 후 동생이 태어났지만 동생도 나와 같은 삶을 살아가야 했다. 그리고 나만의 세상, 나만의 것, 나만의 등대.. 부모님마저 우리 형제를 두고 천국여행을 떠나셨다.
우리 형제는 이모님 댁에서 생활을 시작했고, 우리를 사랑으로 안아주신 이모님이 계셨지만 부모님에 대한 목마름은 어떠한 사랑과 관심으로도 채워지지 않았다.
그럴수록 난 나쁜 생각만 하며 날 더 어둡고, 더 깊은 동굴 속으로 나 스스로를 밀어 넣고 있었다. 난 왜 이런 슬픈 세상에 태어난 것일까.. 난 왜 행복 할 수 없는 것인가.. 어린 난 동굴 속에서 헤어 나오기가 너무나 힘들었다.
-또 다른 손끝에 있는 세상.
부모님께서 살아계실 때 내가 힘들어서 모든 걸 싫다고 투정만 부릴 때 때로는 호랑이처럼 무섭게, 때로는 막대사탕처럼 달콤하게 맹학교에 보내주시며 점자를 배우도록 지도해 주셨다.
내가 모르는 건 같이 늦은 밤까지 앉아서 하나하나 알려주시며 그렇게 난 손 끝에 또 다른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처음엔 점필이 너무 아팠고, 점필로 내가 나의 손을 찍으면 캄캄한 나의 세상에 수만은 별들이 뜨는 날이었다.
점 6개로 세상의 글을 읽어가고 써가는 것은 너무나도 힘든 일이였지만 그래도 내 옆에는 가족이 있었고, 무엇보다 행복한 나만의 세상을 다시 만들어주는 일이였다.
그때 생각한 것이 나만의 세상이고, 내가 만들어가는 세상이니.. 멋지고 크게, 환하게 만들어 봐야겠다. 역시 나만의 세상에는 소통이 만들어 졌으며 나의 멋있음은 추가로 만들어 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린아이 용성이에게 너무나 감사하다. 포기하지 않고 수 없이 많은 도전과 희망을 갖고 동굴에서 나와 지금의 날 만들어준 내 인생의 첫 도전을 있게 해주었으며 제일 중요한 것은 내가 도전만 한다면, 열심히 노력만 한다면 날 기다려 주고 있을 나의 미래가 있다는 것을 알려준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한발 앞으로의 도전.
1997년 2월 3일 이모님 댁에서 생활을 마치고 시각장애인거주시설 한마음의집에서 생활하기로 했다. 나와 같은 마음으로 세상을 만들어가는 새로운 가족이 있는 곳이며 새로운 나의 편 날 지켜주는 선생님이 계신 곳이었으며, 한마음의집은 내가 생활하는데 불편함을 덜어주는 곳이었다.
처음 생활을 시작하며 여러 가지 검사와 건상을 체크하며 나의 또 다른 모습을 알 수 있었다.
새로운 곳에서의 우리 집 기둥, 원장님의 의미심장한 말.. “정용성씨 민첩성과 순발력, 지구력이 일반 친구들보다 뛰어나다고 소문이 자자합니다. 소문이 진실인지 헛소문인지는 정용성씨가 앞으로 보여줘요." 무슨 의미일까.. 고민하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래 난 누구보다 뛰어난 재능이 있었어. 나의 세상이 더 커질 준비가 되어있다. "그렇게 한마음의집에서의 생활을 시작하고 적응하며 수없이 들은 말, "정용성씨는 의견을 자유롭게 제시 할 수 있고, 활동도 자유로워요. 뭘 하고 싶은지 같이 고민합시다.
"4년 동안 생각을 하고 또 했으며, 선생님들이 원하는 만큼 활동하며 살았는데 왜 자꾸 나에게 하고 싶은걸 생각하라고 하는지, 난 이정도면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는데, 왜 더 나은 사람이 되길 바라는지, 어느 순간 화가 나기 시작해 물었다.
"왜 저한테 더 하고 싶은 것이 없는지 묻느냐고, 왜 자꾸 나에게 고민을 하라고 하는지" 돌아온 답은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나의 마음에서 뭔가 알 수 없는 용기가 올라왔다.
선생님의 입에서 나온 그 말 "정용성씨는 누구보다 뛰어나며 학습이 잘 되어 있어요. 우리 안마수련회에 입학해서 적성에 맞는지 얼마나 나와 어울리는지 도전만 해볼까요?" 그렇다 해보고 적성에 맞지 않는다면 그때 놔버려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입학하고 난 2년 동안 열심히 배우고 노력해낸 결과가 있다. 직업이 생겼으며 나의 인생에서 두 번째 도전도 성공했다. 난 이제 무서울 것이 없다.
-나의 직장생활.
졸업과 동시에 난 청년실업자가 많은 나라에서 난 지역복지관 안마센터에 당당하게 취직을 했다. 첫 출근. 이런 기분을 처음 느껴본다.
칼날처럼 다리미질 된 셔츠를 입고 내가 서비스를 받는 위치가 아닌 나의 서비스를 받으러 온 손님을 만난 순간 난 세상에 이런 두근거림을 또 느껴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정용성 : 어서오세요. 어디가 많이 불편하세요?
- 첫 손님 : 어깨가 쑤시고 등 쭉지가 아파.
- 정용성 : 네. 제가 시원하게 해드리겠습니다.
나의 첫 손님은 어깨가 많이 뭉치고 세월이 만든 근육통이 있어 몸은 성난 돌맹이 같은, 하지만 너그러움이 묻어나고 다정한 목소리를 소유한 60대 할아버님이었다.
나의 첫 손님은 내가 만난 최고의 손님이었음이 분명하다. 누구나 처음이 깊게 남듯이. (문득 그 할아버지가 보고싶은 밤이다.) 그렇게 성실하게, 열심히 나의 직장생활은 이어졌다.
어떤 날은 날 무시하는 손님, 또 어떤 날은 날이 덥다며 아이스크림을 사다주시는 손님, 나만 보시면 "우짤꼬우짤꼬"하시는 손님 너무나도 많은 추억을 만들어주는 나의 직장, 내가 돈을 벌 수 있다는 자신감을 만들어준 나의 일 터.
나에게 직장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용기를 준 한마음의집 식구들 너무나 감사한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평범한 직장인들이 직장생활을 하듯 매일 아침에 일어나면 나를 기다리는 직장으로 나의 10년을 열정적으로 다녔다. 하지만 난 새로운 도전이 필요 하다는 생각이 점점 날 미치게 만들었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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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abnews.kr/1KP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