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에 처할 권리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월평빌라' 이야기-36
시설 입주자는 위험에 처할 권리가 있습니다.
‘위험에 처할 권리’를 쓰는 동안, 월평빌라 입주자 백 씨 아저씨가 크게 다쳤습니다. 기계톱에 손가락이 끼어 살이 찢기고 뼈가 으스러졌습니다.
다행히 조각난 뼈를 모두 붙였고 신경과 근육도 모두 봉합했습니다. 감염되지 않게 잘 관리해야 하고, 근육과 관절을 쓸 수 있는지는 두고 봐야 합니다. 수술 다음 날, 안색이 돌아오고 밥도 잘 드셨습니다. 가족들도 크게 걱정했지만 이내 안정을 찾았습니다.
백 씨 아저씨는 2009년 3월 월평빌라에 입주했습니다. 지난 9년간 큰 사고를 세 번 겪었습니다.
2009년 6월, 아저씨가 예초기 방향을 급하게 바꾸면서 예초기 칼날에 농장 주인의 무릎이 베었습니다. 50바늘을 꿰맸습니다. 2011년 2월, 사륜 오토바이로 출근하다가 도랑에 빠져 머리와 갈비뼈가 골절되었습니다. 사륜 오토바이 배우는 데 6개월 걸렸고, 1년쯤 출퇴근하니 자신감이 생겼는지, 그날은 한 손으로 운전하다 사고가 났습니다. 2017년 12월, 기계톱에 손가락을 크게 다쳤습니다.
백 씨 아저씨는 어느 농장에서 품삯도 제대로 못 받고 오십 년을 살았습니다. 가족이 찾아가서 아저씨를 빼냈습니다. 가족에게 갈 형편이 안 되어 월평빌라에 입주했습니다.
월평빌라 입주 후에 다시 농장에서 일했습니다. 좋은 주인 좋은 농장을 찾아 주선했고 3군데 옮겨 다니다가 2011년부터 지금까지 덕원농원에서 일합니다. 2016년 7월, 덕원농원 주인집 아래채에 전세 얻어 자취합니다.
이렇게 다치고 놀라고 위험하니 시설에 들어와서 사는 게 어떠냐고 여쭤봤습니다. 아저씨는 싫다고 했습니다. 짐작했습니다. 이유가 궁금해서 여쭈었는데 ‘심심하다’고 했습니다.
자기 삶을 사는 사람에게 위험은 필수입니다. 자기 삶을 살아 본 사람은,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자기 삶을 살려고 합니다. 공중의 새가 송충이와 물을 날갯짓에서 얻고 비바람과 매의 발톱을 자기 몫으로 여기듯 말입니다. 시설 입주자도 위험을 무릅쓰고 자기 삶을 살도록 도와야 합니다.
시설 입주자가 위험을 무릅쓰고 자기 삶을 사는 데에 장해 요소가 있습니다. ‘보호 의무’와 ‘사고 걱정’이 그렇습니다. ('보호 의무'와 '사고 걱정'은 <<복지요결>> <시설 사회사업>편, '시설 입주자의 인권'을 참고했습니다.)
보호 의무. 장애인복지법 제59조의7의 ‘보호 의무’가 입주자를 자기 삶에서 멀어지게 합니다. 시설 입주자를 보호 대상인양 보고 그렇게 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호가 지나치면 통제·관리로 변하기 십상이고, 입주자는 자기 삶에서 멀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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