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아가지 마라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월평빌라' 이야기-22
대학생 때, 자폐성장애인을 지원하는 단체에서 진행한 캠프에 돕는 사람으로 따라 갔습니다. 캠프 시작에 앞서 한 가지 행동 지침을 들었습니다.
‘절대, 장애인의 뒤를 쫓아가지 마라!’
캠프에 참가한 어느 자폐성장애인이 어디론가 뛰어간다면 거기에는 이유가 있으니 잡으려 하거나 쫓아가지 말라는 뜻이었습니다. 당사자의 행동을 인정하라는 의미겠지요.
캠프 내내 그러려고 애썼습니다.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누가 불쑥 일어나 뛰면 저도 모르게 쫓아갔습니다. 가다가 흠칫하여 멈추고 멀찍이서 지켜봤습니다. 대개 어디까지 가면 스스로 멈췄고, 멈춘 자리에서 혼자 무엇을 하다가 돌아오기도 하고 주저앉기도 했습니다. 그때 다가가 제자리로 오게 하거나 같이 그 자리에 있으면 됐습니다.
쫓아가지 마라, 강렬했습니다.
월평빌라 문을 연 지 벌써 십 년입니다. 그사이 무디어지고 허술해진 곳을 살핍니다. 깨어 있지 않으면 부지불식간에 잘못을 범합니다. 그렇게 되기 쉬운 현장이 장애인시설입니다.
깨어 있으려면 말과 행동과 생각을 쉼 없이 다듬어야 하지만 몇 마디 말이라도 끄집어내서 다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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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요. 하지 마세요.”
시설 입주 장애인이 ‘안 돼. 하지 마.’ 이런 말을 하는데, 그 말을 들으면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겨우 몇 마디 할 줄 아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안 돼. 하지 마.’일 때는 정말 부끄럽습니다. 얼마나 많이 들었으면…….
물론 그 말을 누구에게서 배웠다고 단정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시설 직원에게 얼마쯤의 책임이 있겠지요.
‘안 돼. 하지 마.’는 그의 삶이 얼마나 간섭받는지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장애가 주는 제약이 클 텐데, 거기에 돌덩이 하나를 더 얹는 거죠.
‘안 돼. 하지 마.’ 하는 저를 볼 때가 있습니다. 미안하고 민망합니다. ‘이렇게 할래요? 이거 할까요?’ 하며 다른 것으로 유도하거나 달래겠다고 하는데, 그게 마음처럼 쉽지 않습니다. ‘안 돼. 하지 마.’ 아예 쓰지 않겠다고 단단히 다짐하고 다짐하고 또 다짐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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