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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현 칼럼 24] 잊히는 존재가 될까 두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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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장협   조회 2,996회   작성일 17-02-0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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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히는 존재가 될까 두렵습니다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월평빌라' 이야기-23

 

 

 

건물이 새로 들어서고 도로가 새로 나면 이전은 어땠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할 때가 있습니다. 사람도 그런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면 어색하고 궁색합니다. 오래 만나지 못하면 추억 속에 머물다가, 사라지고 없는 옛 건물처럼 잊히죠.

요즘 좀 바빠서요, 요새 몸이 좋지 않아요, 가까우면 자주 찾아갈 건데, 늙은이가 가면 짐만 되지. 바빠서, 아파서, 멀어서, 나이 들어서, 아직 어려서… 부모형제, 친구, 이웃과 함께하는 시간을 누가 자꾸 훔쳐갑니다.

시설 입주자의 형편도 비슷합니다. 장애가 있고, 장애인시설에 사는 처지가 얼마 안 되는 시간마저 모조리 빼앗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시설에 살아도 여느 사람들 소식하고 왕래하는 정도로 오가면 좋겠는데.

갈 형편 아니면 오게 하고 올 형편 아니면 찾아 가고, 아프니까 오게 하고 아프니까 가서 보고, 언제 또 볼까 해서 만나고 언제까지 기다려 줄까 해서 만나고. 바쁜 거 지나면, 날이 좀 좋아지면, 아픈 거 좀 나으면 만나겠다는데 그때가 언제일지, 기약 없이 기다리지 말고 지금 만나면 좋겠습니다.

바쁜 사정, 아픈 사정, 거리 사정, 나이 사정… 이때는 사정 봐주지 말고 지금 연락하고, 지금 만나고, 지금! 함께하게 주선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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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수술 앞두고 전화했다. 내일 입원해서 모레 수술한다.

“내가 수술하게 되었어요. 하도 다리가 아파서 수술하는데, 인철(가명)이한테 말 좀 해 주세요. 설에 집에 온다는데 그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어서 수술을 해요.”

아픈 다리보다 집에 올 아들을 더 걱정한다. 수술하고 안정되었겠다 싶어서 연락드렸더니 한쪽 다리도 마저 수술한단다.

“수술은 잘 됐다는데 아직 잘 모르겠어요. 수요일에 다른 다리도 한다고 하네요. 내가 이렇게 아프니…, 아이고 안 되겠어요. 인철이가 설에 오기는 어렵겠어요.”

작년처럼 아버지 생신에는, 추석에는 갈 수 있을지 물었다.

“저 아버지도 병원에 있으니….” 「2017년 1월 15일 일지, 최희자. 발췌 편집」

인철 씨 아버지는 작년에 요양병원에 입원해서 여태 병원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엉덩이에 종기가 나서 제대로 앉지도 눕지도 못해 남의 손 빌려 집안일을 했습니다. 그 무렵 아버지가 요양병원에 입원했고요. 이제 무릎까지 말썽입니다. 두 분, 언제까지 병원 신세를 질지 끝은 있을지 막막합니다.

인철 씨는 작년 아버지 생신 즈음 부모님 댁에 다녀왔습니다. 집에서 어머니 뵙고 병원 가서 아버지 뵈었죠. 이번에도 어머니 수술 소식 듣고 당장 찾아뵈면 좋겠는데, 어머니는 어쩐 일로 아들이 오는 걸 말렸습니다. 설에도 오지 말라고 했습니다. 평상시에는 뜸해도 아프면 오가는 게 가족인데, 어쩐 일로 오지 말라는지 어머니 마음을 다 알 수는 없습니다.

명절 지나 한산할 때, 어머니 찾아뵙고 인사드릴 겁니다. 아버지 병문안도 하고요. 아버지 어머니 병원 신세도 남은 생도 기약 없으니 오히려 더 자주 찾아봬야죠. 어머니는 기어이 말리겠지만, 어머니 한숨 돌리면 간곡히 부탁드리겠습니다. 

 

중략...

 

칼럼 원문보기  http://abnews.kr/1DW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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