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이 오빠 집에 놀러 가도 돼요?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월평빌라' 이야기-20
“은성이가 집에 가면 언제쯤 오죠?”
“이번에는 부모님 하고 병원 다녀오느라 정확히는 모르겠네요.”
“은성이와 친한 아이들이 있는데, 은성이 집에 놀러 가고 싶대요. 곧 학년 올라가면 못 갈 것 같아서요. 방학하는 날은 어때요?”
하굣길에 임희경(가명) 선생님과 몇 마디 주고받다가 은성이 친구들을 초대하게 되었습니다.
집에 초대하는 게 좋을까? 식당에서 만날까? 은성이 집에 온다는데 선뜻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은성이는 어떨까, 아이들은 또 어떻게 생각할까? 시설이라서 주저했습니다. 은성이와 아이들에게, 어머니에게 물어봤습니다. 은성이는 마냥 좋다고 했습니다. 어머니는 달랐습니다.
“은성이 친구들이 놀러 오는 건 좋은데……, 조금 걱정돼요. 혹시 아이들이 와 보고 안 좋게 생각하면, 은성이에게도 안 좋을까 봐…. 아직 어리잖아요?”
어머니 생각을 임희경 선생님과 나눴습니다.
“그렇잖아도 아이들에게 설명했어요. 어떤 곳인지, 형은 왜 거기 사는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이야기했어요. 그랬더니, 우리 친척 중에 몸 불편한 사람 있어요, 우리 엄마 친구 중에 몸 불편한 사람 있어요, 선생님은 우리가 아기인줄 아세요? 다 알아요, 하지 않겠어요? 참 기특하죠. 예쁘고요. 괜찮을 겁니다.”
임희경 선생님 말씀을 어머니에게 전했더니 마음을 조금 놓았습니다. 선생님 말씀처럼 아이들도 자기 생각이 있을 겁니다. 어울리며 생각을 넓히고 다듬기도 할 거고요. 그러니, 그럴수록.
은성이가 4학년 마지막 수업을 하고 집에 오면서 같은 반 친구 네 명을 데려왔습니다. 여학생만 네 명. 녀석! ‘은성이 오빠 집에 놀러 가도 돼요?’ 했던 아이들입니다. 은성이는 초등 5학년이지만 나이로는 중학생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꼬박꼬박 오빠, 형이라고 합니다.
두 손 모아 인사하고, 진지하게 듣고, 차분히 말하는 게 요즘 아이들 같지 않았습니다. 얼마나 참하고 귀여운지. 벌써부터 오고 싶었는데 참았다가 오늘에야 왔답니다. 말도 참 예쁘게 하죠. 담임 선생님은 일이 생겨 못 왔습니다. 못내 아쉬워했습니다.
자기 사는 곳과 조금 다른 풍경이 낯설고 궁금한 눈치였습니다. 그래서 은성이가 주로 이용하는 물리치료실과 공동 식당을 둘러보고, 공용 거실을 지나 은성이네 집으로 갔습니다.
중략...
칼럼 원문
http://abnews.kr/1Co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