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잘 다녀왔습니다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월평빌라' 이야기-21
“어머니, 지금 공항에 가고 있어요. 네, 기분 좋아요.”
은성이가 초등학교 졸업 앞두고 수학여행을 갑니다. 김해공항으로 가는 관광버스 안에서 어머니와 잠시 통화했습니다. 비행기를 처음 타는 설렘, 친구들과 함께하는 기분을 전했습니다.
탑승 수속은 일사천리로 마쳤습니다. 평소 쓰던 휠체어에 타고 보안 검색대를 지났습니다. 보안검색대가 따로 있어 기다리지 않았고요. 승무원 여러 명이 도와 편안하게 탑승했고, 가장 먼저 탔습니다. 따라간 시설 직원은 달리 할 일이 없었습니다.
체험학습이나 소풍 같은 학교행사에 시설 직원이 동행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전에 학교와 시설이 의논합니다.
장애가 있는 학생이 학교 외부 행사에 참여하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학교나 선생님이 경험이 없고, 야외활동이 많으면 더 어렵습니다. 이런 경우 시설 직원의 동행을 요청하는데, 월평빌라는 대체로 응합니다. 한두 번 함께해 보면 시설 직원의 도움은 줄고 학교, 선생님, 학생들이 감당하는 요령과 능력이 늘어납니다. 그때를 기다리며 동행합니다.
은성이는 체험학습이나 소풍 같은 학교행사에 꼬박꼬박 참여했고, 학교에서 도맡아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번 수학여행은 일정이 길고 야외 활동이 많아서 시설 직원이 동행했습니다.
2박 3일 제주도 수학여행, 첫 장소는 한림공원이었습니다. 평소 은성이와 친한 윤규(가명), 대익(가명), 태형(가명)이가 은성이 휠체어를 서로 밀겠다고 다투었습니다. 결국 아이들은 돌아가며 돕기로 했습니다. 휠체어 미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공원 곳곳을 누비며 안내문 읽어 설명하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은성이 형 봐야 되니까 조금씩 비켜.”
희귀한 뱀이 있는 울타리에 아이들이 몰리자 태형이가 나서서 은성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남자 아이들과 한 차례 어울리고 나니, 이번에는 통합반 담임 선생님과 여자 아이들이 은성이와 함께했습니다. 은성이를 도우려고 따라간 학교 도움반 선생님과 시설 직원은 아이들에게 은성이를 또 빼앗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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