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입주 장애인의 직장생활, 나는 꽃집 아가씨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월평빌라' 이야기-14
시설 입주 장애인이 취업했다면 시설과 시설 직원의 할 일은 무엇일까요? 취업했으니 종결?
향희(가명) 씨에게 새로운 직장이 필요했습니다. 지금 다니는 옷 가게는 주 5일, 하루 한두 시간 일하고 아침 일찍 마칩니다. 5년 일했습니다. 2012년 3월 16일 첫 출근. 서른셋 나이에 첫 직장입니다. 줄곧 복지시설에서 살았고, 이전 시설의 기록을 참고하여 생애 첫 직장이라고 짐작합니다.
직장 마치고 요가학원에 가는데, 두 곳 다녀오면 집에서 무료하게 지냅니다. 바쁘다면 바쁜 일상이지만, 집에서는 TV 앞에 있거나 집(시설) 안팎을 배외하는 게 고작입니다. 지금 다니는 직장을 그만둘 뻔했는데 그때 아르바이트라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새 직장이 필요한 이유는 더 있습니다. 한 직장에서 5년 일했는데 일의 발전이 별로 없습니다. 청소기 플러그 꽂는 데 3년 걸렸고, 그마저도 지금은 못 합니다. 걸레를 빨고 닦는 실력도 마찬가지입니다. 향희 씨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는 관심이 많고 발전이 빠른 편입니다. 그런데 청소 실력이나 출퇴근길 익히는 것은 더뎠습니다.
‘청소에 흥미가 없나? 다른 일을 찾아볼까?’ 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다른 직업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고요.
수소문하거나 부탁할 곳이 별로 없었습니다. 단골 옷 가게와 가끔 들르는 꽃집이 전부였습니다. 옷 가게는 무산됐고 꽃집에서는 적극 부탁했습니다. 화분에 물 주는 일이라도 시켜달라고 했습니다. 꽃집 사장님이 사정을 듣고 일주일 한 번 출근하라고 했습니다. 2015년 6월 11일, 두 번째 직장 출근. 옷 가게는 직장 꽃집은 아르바이트.
두 번째 직장을 구하며 기대한 것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고, 다른 직업을 경험하고, 바깥 활동이 늘어나는 것’이었습니다. 기대 이상으로 일을 잘했고 실력도 늘었습니다. 잘하는 일, 좋아하는 일을 찾았습니다. 비록 일주일에 하루, 두세 시간이지만 갈 곳이 늘고 활동이 늘었습니다. 물론 꽃에 물을 주고, 화분을 갈고, 꽃 배달하는 다양한 업무를 맡았고요.
첫 직장과 두 번째 직장의 차이는 ‘업무, 흥미, 직장 동료와의 관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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