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라 빈집이 많습니다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월평빌라' 이야기-16
명절이라 빈집이 많습니다. 부모님 댁으로 고향으로 명절 쇠러 갑니다. 멀리 함양, 고성, 진해, 창원, 부산, 가까이 거창읍, 가조면, 북상면, 남상면. 일주일 전, 이삼 일 전, 당일 출발합니다. 당일, 1박 2일, 연휴 사흘, 일주일 있다가 옵니다. 버스 타고 가고, 부모형제 모셔 가고, 직원이 모셔다 드리기도 합니다.
고속도로 어느 나들목 지나는 부모님 차 안에, 발 디딜 틈 없는 대합실 어느 의자에, 밀려오고 밀려가는 플랫폼 위에… 삼천만 귀성객 가운데 한 사람으로,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어디쯤 가고 있겠죠.
가야죠. 시설에 살더라도 명절에는 부모형제 친구 만나러 가야죠. 언제 보겠습니까. 시설에 갔다더니 살았는지 죽었는지 소식도 없고 묻지도 않는, 잊히는 존재가 되는 게 두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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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어귀에 귀옥(가명) 씨 부모님이 마중 나왔다.
“아빠.”
“우리 귀옥이, 집에 온다고 선물 사고, 바빴네.”
서른 앞둔 아가씨는 아직도 ‘아빠’라 부르고, 일흔 넘은 아버지는 아직도 ‘우리 딸’ 하며 맞는다. 어머니도 딸을 반겼다.
“어제 두부 만들고, 지금 비지 띄우는 중인데 좀 들어가요.”
“네, 커피 한잔 주세요.”
몇 년 노력해서 부모님 댁까지 버스 타고 간다. 이번 명절에 버스로 오려다 인사도 드릴 겸 직원 자가용으로 왔다.
“두부 한 접시 잡사야지. 조금만 있어요.”
어머니가 직접 만든 두부를 내 왔다. 농사지은 콩을 불리고 갈고 주무르고 끓이고 젓고, 하얀 면보에 걸러내 빚은 하얀 두부. 그새 양념장도 만들었다. 귀옥 씨와 마주 앉아 먹었다.
“어머니, 손맛이 좋으세요. 양념장에 찍어 먹으니 정말 맛있어요.”
“한 모 싸 놓았으니 떡국 끓일 때 넣어 먹어요.”
어느 명절에는 월평빌라에 떡을 보냈다.
“선생님, 설이라고 우리 떡 하면서 월평빌라 것도 했어요. 보낼게요. 사람이 많아서 많이 보내야죠?”
“아버님, 딸 먹을 만큼만 보내셔도 됩니다.”
“아니, 내가 택배로 보냈어요.”
“아, 벌써 보내셨어요?”
“네. 보냈어요.”
“고맙습니다.”
“우리 귀옥이는 설에 오죠?”
“네. 그럼요. 간다고 했어요.”
“그때 오면 콩비지도 줄게요. 여기서 두부를 만들어서 맛있어요.”
풍성하다. 두부 한 모 떡 한 되 나누는 부모님 인정에 풍성한 명절을 맞는다. (김귀옥 씨 2015년 설과 추석, 임경주 선생님 일지에서 발췌․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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