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의 버스 도전기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월평빌라' 이야기-10
시설 직원 차 타고 학교 다니던 학생을 버스 타고 등하교하도록 도왔습니다. 얼마동안 직원과 함께 버스를 탔습니다. 버스 기사와 인사하고, 차비 내고, 승객들 얼굴과 승하차할 곳, 하차 후 가는 길을 익혔습니다.
어느 날부터 목적지 100미터 앞두고 혼자 가게, 500미터 앞두고 혼자 가게, 하차 후 혼자 가게 했습니다. 잘 갔습니다. 용기 내어 혼자 버스 타고 가도록 했습니다. 버스 기사에게 부탁드리고 승용차로 따라갔습니다. 내릴 곳에 잘 내렸고 목적지까지 잘 갔습니다. 이제 혼자 버스 타고 학교 다닙니다.
스물여섯에 초등학교 입학한, 지적장애가 있는 아가씨를 3년 동안 지원했습니다.
등하교 외에도 외출할 때 종종 버스를 탔습니다. 3개월 정도 했더니 직원도 당사자도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버스로 20분 거리에 있는 부모님 댁 갈 때도 시도했습니다. 어머니가 마을 앞 정류장에서 기다렸습니다. 주말에 명절에 어버이날에… 버스 탔습니다. 3년을 지원했습니다. 이제 부모님 댁에 버스로 오갑니다.
「 며칠 전에 귀옥 씨가 가위로 자기 머리를 아무렇게나 잘랐다. 이유는 말하지 않았다. 말하지 않으니 더 이상 묻지 않았다. 태권도 도장 가는 날인데 머리가 너무 이상해서 그냥 갈 수가 없었다. 귀옥 씨에게 미용실 가자고 했다.
버스 시간을 알아보고 조금 일찍 나갔다. 읍내 나가서는 귀옥 씨에게 거창초등학교 정문에서 만나자 하고 직원은 얼마쯤 떨어져 따라갔다. 귀옥 씨가 길을 아는 것 같았다. 몇 번을 뒤돌아봤다. 직원이 따라가는 것을 의식하고 천천히 걸었다. 귀옥 씨 혼자 갈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서 건물 뒤에 숨었다. 길 한가운데서 귀옥 씨가 울었다.
“선생님~ 선생님~ 나 혼자 못 가. 같이 가요.”
직원이 나타나자 귀옥 씨가 다시 천천히 걸었다. 가끔 뒤를 돌아보며 직원이 오는지 확인했다. 로터리까지 갔다. 미용실 갔다가 도장으로 향했다. 귀옥 씨가 앞장섰다. 학원 골목에 들어서니 길을 안다며 뛰어갔다. 정확히 찾았고 도장으로 들어갔다.
버스 타고 혼자 학원 가는 것은 조금만 연습하면 잘할 것이다. 혼자 다니게 연습하고 노력해야겠다. 2010년 1월 14일 일지, 김혜정. 발췌 편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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