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 일상에서 하죠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월평빌라' 이야기-9
은성이는 일주일에 두 번, 학교 마치고 학원에 갑니다. 학원에서 한글공부를 따로 더 합니다. 다닐 만한 학원을 수소문했고 좋은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학원이 2층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한 계단이 버거웠고 두 사람이 부축해야 겨우 오르내렸습니다. 2년쯤 되니 계단에 익숙해지고 다리에 힘이 생겨서인지 잘 올랐습니다.
은성이를 지원한 시설 물리치료사의 기록입니다.
「계단 오르는 은성이 발걸음이 무겁다. 몇 번 헛발질 뒤에야 겨우 한 계단을 오른다. 끙끙 용쓰는 소리, 거친 숨소리, 그렇게 마지막 계단을 오르면 은성이도 직원도 ‘휴~’ 하는 숨이 절로 나온다. 오르는 걸음에 비해 내려오는 걸음은 가볍다. 계단을 내려오면 주차장까지 양팔을 부축해서 걷는다. 평소 가위보행(scissors gait)이 심한데 오늘은 한 걸음 한 걸음 일자로 잘 내딛는다. 2013년 2월 4일 물리치료 일지.
몇 주째 은성이 발걸음이 가볍다. 한 계단 올라갈 때마다 몇 번씩 시도했는데 요즘은 한 번에 한 계단씩 올라간다. 옆에서 부축하는 직원도 덩달아 가볍다. 내려오는 걸음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무릎이 잘 굽혀지지 않아 힘들었고 그래서 미끄러지듯 내려왔는데, 이제 많이 자연스러워졌다. 학원 선생님도 내려가는 모습을 보고 칭찬했다. 칭찬 들으니 발걸음이 활기차다. 2013년 3월 25일 물리치료일지」
다시 2년 만에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계단 오르는 발걸음이 무척 가볍다. 실수 없이 한 발씩 잘 옮긴다. 오르는 데 걸린 시간이 평소의 절반이다. 공부를 열심히 했는지 내려오는 발걸음 또한 가볍다. “오늘 잘하네. 은성이!” “내가 많이 좋아졌네.” “너가 생각해도 그런 것 같니?” “네.” 계단 오르내리는 데 자신감이 생기는가 보다. 2015년 5월 4일, 물리치료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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