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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적장애인에 대한 무지를 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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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성봉   조회 4,315회   작성일 09-04-29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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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우 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정책 및 교육자문 위원

[기고] 지적장애인에 대한 무지를 깨자

1990년 장애인복지법이 생긴 이후 등록 장애인의 수도, 장애인 복지 예산의 수치도 크게 늘었다. 저상버스, 지하철 엘리베이터, 시각장애인용 홈페이지, 수화방송 등 사회적 배려 수준이 한층 높아졌으며, 주류 사회에 편입되는 것을 막는 사회적 인식, 각종 제도를 제재할 수 있는 장애인차별금지법도 마련되었다. 물론 가야 할 길은 멀지만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는 느낌이다. 그런데 지적장애인을 생각하면 여전히 마음이 편치 않다. 왜 그럴까?

동생네 부부로부터 폭행을 당해 온 장애인을 보호하기 위해 한걸음에 달려간 장애인단체의 한 간사가 발을 동동 구르며 전화를 해 왔다. 관련 법에 본인의 동의가 없으면 상담소나 시설로 인도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한편, 장애인시설에서 거주하면서 착실하게 돈을 모은 지적장애인이 지역사회에 나가 살겠다고 퇴소 신청은 본인의 진정한 의사인지 믿을 수 없다면서 자신들이 판단해 퇴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지적장애인 의사를 존중한다고 하면서 그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한편으로는 그들의 의사 표현을 믿을 수 없다 하여 사회적으로 존재감이 없게 만들어 버린다. 이현령비현령이 이만저만 아니다. 그뿐만 아니다. 섬에서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것도 모자라 노동 대가까지 빼앗기고, 구걸한 돈을 빼앗기다 못해 목숨까지 잃는 이 현실이 10년 전과 다를 바가 없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일까? 우리 사회의 수준 문제인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들 관심의 사각지대, 무지의 중심에 지적장애인이 홀로 서 있고, 정부에서부터 지적장애인에 대한 근본적인 배려가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각종 정부 조사에서 복지 선진국과는 달리 지적장애인에게는 물어볼 준비도 안 되어 있고, 물어보려고 하지도 않는다. 당사자는 온데간데없고 전문가와 보호자가 대신 그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적장애인의 삶은 감춰진 채 그들에 대한 ‘이야기’만 무성한 것이다.

영국 정부는 지적장애인을 위해 쉬운 문체와 그림을 곁들여 장애인 정책을 설명하는 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지적장애인이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5조에서 장애의 종류, 특성, 정도를 고려하지 않으면 차별이라고 하고 제21조에서는 시각·청각장애인에 대하여 수화·점자·큰글씨 등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마련하도록 의무화하면서도, 정작 지적장애인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지적장애인을 비장애인과 똑같이 취급해도, 또 이들에게 정보 제공이 불가능하다고 여겨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아도 모두 차별에 해당하는데 ‘유법무언’(有法無言)이다.

생각해 보라. 우리도 대화 상대에 따라 어휘나 말하는 방식을 바꾼다. 하지만 지적장애인에 대해서는 대화 방식을 바꾸기보다는 그들 전체를 의사소통 능력이 없다고 단정해 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매번 거절당하고 무시당하면 발전 가능성은 상실한 채, 늘 배제당하는 모습이 자신의 존재감으로 굳어진다. 우리들은 또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하다고 그들을 탓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제 정부는 장애인 복지의 덩치만을 자랑할 게 아니라 세월이 흘러도 꿈쩍도 하지 않는 지적장애인에 대한 거대한 무관심과 무지를 무너뜨리기 위한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적장애인, 그들 또한 자신의 고유한 감정을 가진 존재이며 무엇을 원하는지를 분명하게 표현할 줄 알며 또 표현하기를 원하고 있다. 그들의 몸짓에, 얼굴 표정에, 이야기에 귀 기울여 그들의 욕구를 담아내는 우리들의 사고와 태도가 바뀌고, 관련 연구 및 정책의 깊이가 더해가길 기대한다.

* 본 기고는 한겨례신문에 기고된 내용을 인용하였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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